노후 준비가 필요하다는 건 다 안다. 문제는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국내 시니어 비즈니스 분야의 대표 전문가 최학희 시니어라이프비즈니스 대표의 신간 ‘초고령사회 대전환 지도, 시니어 트렌드 2027′(시대고시기획시대교육)는 바로 그 출발점을 짚어 주는 책이다. 오는 15일 출간된다.
이 책이 주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현재 위치’다. 저자에 따르면, 삶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아는 일이다. 전환은 이미 시작됐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모른 채 걷고 있다는 진단이다.
왜 지금인가. 일본은 한국보다 약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빨라 2040년 무렵이면 일본과 같은 자리에 선다. 병원비·간병·이동의 불편·낯선 기술 앞의 막막함·외로움이 한 사람과 한 가족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시점이다. 저자는 “준비할 시간이 없지는 않다. 다만 살아보면 안다. 15년은 순식간임을”이라고 경고한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하다. 4050 세대의 90.5%가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준비돼 있다는 응답은 37.3%에 그쳤다. 부부 기준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298만 원인데 실제 평균 연금 수급액은 부부 합산 월 120만 원, 40% 수준이다. 정년은 60세, 국민연금 개시는 65세여서 최대 5년의 소득 공백도 기다린다.
책은 이 막연한 불안을 14개의 생활 질문으로 바꿔 놓는다. “나는 왜 자도 피곤할까”, “부모님 돌봄, 어디까지 내가 해야 할까”, “지금 사는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모아둔 돈, 어떻게 써야 오래 갈까”, “혼자 살아도 덜 외로울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까” 같은 질문이 각 장의 문을 연다. 질문은 불안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찾기 위한 장치다.
질문은 네 개의 전환으로 묶인다. 1부 ‘몸의 전환’은 수면 인프라·호르몬 전환기·근육 저축·두뇌 예비력을, 2부 ‘돌봄과 주거의 전환’은 돌봄 항해술·돌봄 연결망·제자리 주거를 다룬다. 3부 ‘돈·일·AI의 전환’은 집의 현금화·돈의 수명·AI 생활 문해력·작은 수입을, 4부 ‘관계와 의미의 전환’은 정서 체력·관계 안전망·의미 재시동을 짚는다. 이 모든 질문을 관통하는 축은 저자 고유의 분석 틀인 ‘HCT’, 곧 건강·현금흐름·시간이다.
읽고 나면 바로 해볼 수 있는 일이 남는다.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가 한 달 넘게 이어지거나 체중 변화·우울감·두근거림·근력 저하·코골이와 낮 졸림 등이 여럿 겹치면 점검을 받으라는 기준이 제시된다. 건망증은 시작 시점·자기 인식·일상 기능·치료 반응·동반 증상의 다섯 지점으로 ‘지친 뇌’와 ‘망가지는 뇌’를 가려낸다. 부모 돌봄은 “엄마, 요즘 어떤 약 드세요?”라는 전화 한 통에서 시작하라고 권한다. 집을 줄여 옮기는 다운사이징은 집값 고점이 아니라 체력과 판단력이 남아 있을 때가 적기이며, 65세 전후와 75세 전후 두 차례 주거를 점검하라는 조언도 담겼다.
마음의 문제도 정면으로 다룬다. 집도 가족도 직장도 있는 52세 남성이 텅 빈 거실에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통해, 사람은 부족해서만이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버텨서 무너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두 번 읽힌다. 한 번은 내 이야기로, 또 한 번은 트렌드로 읽힌다. 개인에게는 인생 후반전을 운영하는 나침반이고, 기업·공공기관의 정책·비즈니스·콘텐츠 기획자에게는 다음 수요를 미리 보여 주는 레이더다. 5부 ‘2027 시니어 마켓 28’은 저자가 지난 1년간 연구한 1500개 트렌드 키워드 가운데 엄선한 28개 미래 신호를 담았다. 프리 디지즈·운동 자산·폐경 경제·헬스스팬 이코노미·시니어 골든타임·라이프 운영체계(몸), 안심 흐름 케어·케어 게이트키퍼·치매 머니·자기결정 신탁·라스트 케어기버·경증 돌봄 마을(돌봄), 리빙랩 인프라·세대 동거·빈집 재생·안전 운전권·100세 사회(집과 지역), 연속 금융·노후 양극화·롱런 고객·시간 단위 노동(돈과 일), 발견 미디어·신뢰 레일(AI와 신뢰), 선택 가족·실버 데이팅·뜻대로 마침·기록 정리·무빈소 장례(관계와 마침)다. 출판사는 다음 격전지가 병원 옆이 아닌 ‘집 앞 3km’ 생활 반경에 있다고 평했다.
추천사를 쓴 박영란 강남대학교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이 책을 “개인의 삶과 산업의 미래를 연결하는 한 장의 지도”라고 소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26년 총인구 약 5200만 명 가운데 40세 이상이 약 3100만 명으로 61%에 이르고,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21.6%로 초고령사회 기준을 넘었다. 이 비율은 2036년 30%, 2050년 40%를 넘어서고, 중위연령은 2026년 47.3세에서 2031년 50세를 돌파할 전망이다. 박 교수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인구전략기본법 전면 개정,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등 제도는 진전했지만 인프라와 시장·개인의 준비가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책이 바로 그 간극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저자 최학희 대표는 28년간 리서치·마케팅·신사업 현장에서 삶의 변화가 어떤 시장을 만드는지 연구해 온 초고령사회 전환 전략가다. 2000년부터 시니어 시장을 연구해 왔고, 사단법인 시니어라이프 상임이사와 실버산업전문가포럼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시니어트렌드 경영진 브리핑·에이지테크 신사업 실무 워크숍·시니어금융과 신탁 교육·고령고객 전략 맞춤 컨설팅을 진행하며, 저서로 ‘시니어트렌드 2024–2027’ 시리즈, ‘현명한 사람은 왜 신탁을 선택할까?’, ‘시니어 레거시’ 등이 있다.
노후는 먼 미래가 아니다. 오늘 아침의 피로, 부모님의 병원 예약 문자, 통장 잔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이미 도착해 있다. 아직 선택지가 남아 있는 지금, 이 지도를 펼쳐볼 때다. 276쪽, 2만1000원.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 내 위치부터 알아야”
‘ 초고령사회 대전환 지도, 시니어 트렌드 2027’을 펴낸 최학희 시니어라이프비즈니스 대표는 “삶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아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학희 대표는 “한국이 2040년 무렵 일본과 같은 고령화 단계에 이르는 만큼 4050 세대가 지금부터 건강·현금흐름·시간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며, “기업과 정책 기획자는 ‘집 앞 3km’ 생활 반경에서 다음 수요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학희 대표는 12일 시니어신문에 신간에 담긴 초고령사회 전환의 흐름과 4050세대의 준비 과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학희 대표의 견해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책 제목에 ‘대전환 지도’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A. 전환은 이미 시작됐는데, 대부분은 자신이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모른 채 걷고 있다. 길을 잃었을 때 필요한 것은 목적지에 대한 정답보다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 책이 그 위치를 보여 주는 지도가 되길 바랐다. 아직 선택권이 남아 있는 지금이 지도를 펼칠 시간이다.
Q.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어떻게 보나?
A. 일본은 우리보다 약 2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그래서 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사회는 나이 드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 2040년 무렵이면 일본과 같은 자리에 서고, 고령 지표 전반에서 역전 곡선이 나타난다. 일본의 오늘이 곧 우리의 하루가 되는 셈이다. 준비할 시간이 없지는 않지만, 살아보면 15년은 순식간이다.
Q. 책은 어떤 틀로 구성돼 있나?
A. 지도의 배경은 몸, 돌봄과 주거, 돈·일·AI, 관계와 의미라는 네 개의 전환이다. 그 위에서 인생 후반전을 바꾸는 14개의 생활 질문을 짚었고, 이 질문들을 건강·현금흐름·시간, 즉 HCT라는 세 개의 스펙트럼으로 묶었다. 또 지난 1년간 연구한 1500개의 트렌드 키워드 가운데 28개의 미래 신호를 엄선했다. 14개 질문으로 28개 신호를 읽는 것, 이것이 이 지도의 뼈대다.
Q. 각 장을 질문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나?
A. “나는 왜 자도 피곤할까”, “부모님 돌봄, 어디까지 내가 해야 할까”, “지금 사는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모아둔 돈, 어떻게 써야 오래 갈까” 같은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 던져봤을 것이다. 이 질문들은 불안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찾기 위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두 번 읽힌다. 한 번은 내 이야기로, 한 번은 트렌드로 읽힌다.
Q. 4050 세대가 처한 현실은 어떤가?
A. 4050은 노부모와 성인 자녀를 동시에 떠안은 샌드위치 세대다. 중년 절반 가까이가 부모와 자녀를 함께 부양하고, 노인 돌봄의 대부분을 아직 가족이 감당한다. 4050 세대 가운데 90.5%가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준비돼 있다는 응답은 37.3%에 그친다. 부부 기준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298만 원인데 실제 평균 연금 수급액은 부부 합산 월 120만 원으로 40% 수준이다. 정년퇴직은 60세, 국민연금 개시는 65세여서 최대 5년간 소득 없는 공백기도 생긴다.
Q. 몸의 변화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A. 4050은 피로에 익숙해 몸의 이상 신호도 “요즘 바빠서 그래”하고 넘기기 쉽다. 정상 노화의 피로는 충분히 쉬면 회복되고 일상도 유지된다. 반면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가 한 달 넘게 이어지거나, 체중이 갑자기 늘거나 줄거나, 우울감·두근거림·생리 변화·성욕 저하·근력 저하·코골이와 낮 졸림 가운데 여럿이 겹친다면 한 번은 점검해야 한다. 아프기 전에 관리하는 것 자체가 이제 하나의 시장이 되고 있다.
Q. 부모 돌봄을 앞둔 독자에게 무엇부터 권하나?
A.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요즘 어떤 약 드세요?”, “단골 병원이 어디예요?”라고 묻는 것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이 한 통의 전화가 모든 준비의 시작점이다. 여기에 “정말 위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 드리면 좋을까요?”라고 한 가지만 더 여쭤 보길 바란다. 처음엔 어색해도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부모님도 자녀에게 짐이 될까 홀로 안고 계셨던 속마음을 꺼낸다. 그 시간이 가족에게 가장 따뜻한 시간이 된다.
Q. 노후 주거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A. 다운사이징의 진짜 적기는 집값 고점이 아니라 체력과 판단력이 남아 있는 시기다. 짐을 정리하고 계약하고 새 동네에 적응하는 일은 70대 중반을 넘으면 그 자체가 건강 위험이 된다. 전문가들은 65세 전후와 75세 전후 두 차례 주거를 전면 점검하라고 권한다. 결심 전에는 부부가 함께 의료·교통·문화·자녀와의 거리·친구 관계·기후 등 ‘다음 10년 살고 싶은 동네’의 조건을 종이에 적어 보길 권한다. 이사는 자산 이동이 아니라 삶의 이동이다.
Q. 다 가진 것 같은데도 마음이 무너지는 중년이 많다.
A. 우리는 오랫동안 마음의 무너짐을 돈·능력·의지의 부족으로만 설명해 왔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절반만 맞다. 사람은 부족해서 무너지기도 하지만, 너무 오래 혼자 버텨서 무너지기도 한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비교당해서, 외로워서가 아니라 마음 둘 곳이 없어서 무너진다. 그래서 정서 체력과 관계 안전망을 노후 준비의 한 축으로 다뤘다.
Q. 기업과 정책 기획자는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A. 개인에게 이 책이 후반전을 운영하는 나침반이라면, 시장을 읽는 사람에게는 무엇이 팔리고 무엇이 필요해질지 미리 보여 주는 지도다. 프리 디지즈·헬스스팬 이코노미·케어 게이트키퍼·연속 금융 같은 28개 신호가 정책·비즈니스·콘텐츠 기획자를 위한 레이더 역할을 할 것이다. 다음 격전지는 병원 옆이 아니라 집 앞 3km의 생활 반경에 있다. 현재 시니어 비즈니스·금융 분야 기관들과 교육·컨설팅을 진행하며 막연한 트렌드를 실제 고객과 서비스,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는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
Q.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노후는 먼 미래의 사건이 아니라 이미 오늘 아침의 피로, 부모님의 병원 예약 문자, 통장 잔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도착해 있다. 그 신호를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읽어 내야 한다. 아직 선택지가 남아 있는 지금, 이 지도를 펼쳐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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