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은 우리 문학사의 뿌리를 간직한 고장이자 수많은 문인을 배출한 예향이다. 백제 여인의 애절한 기다림을 담은 ‘정읍사’는 한글로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현존 문학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정극인의 ‘상춘곡’은 가사문학의 효시로 꼽힌다. 이처럼 정읍은 한국 문학의 출발점이라 할 만한 작품들을 품고 있다.
또한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의 성지이자 우도 농악의 발상지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윤흥길·최범서·손홍규·신경숙 등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소설가와 장순하·정렬·강인한·이가림·박정만 등 뛰어난 시인들이 정읍 출신이다.
특히, 박정만 시인은 ‘5공화국’ 시절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고문을 당한 뒤, 그 후유증 속에서 술과 시로 삶을 이어가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삶은 정읍 문학사의 아픈 기억이자, 문학관 건립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하는 사례다.
그러나, 이처럼 풍부한 문학적 자산에도 불구하고 정읍에는 아직 문학관이 없다. 전국적으로 150여 개 문학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인근 고창·부안·김제·남원·익산·군산·전주 등 거의 모든 지자체가 문학관을 갖추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읍 문학관의 부재는 실로 낯부끄러운 일이다.
‘옥천 정지용 문학관’이나 강원도 ‘김유정 문학촌’은 관광지화에 성공하여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순천 문학관’에서는 현존 작가와 독자들이 교류하며 책을 구입하고 서명을 받는 등 활발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사례는 문학관이 단순한 기념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와 관광을 활성화하는 핵심 거점임을 보여준다.
문학관은 지역 문학의 역사와 성과를 기록하고 전시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시민들의 정서 함양과 청소년 문학교육의 장으로 기능한다. 더 나아가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읍이 가진 풍부한 문학적 자산과 역사적 위상을 고려할 때, 문학관 건립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다.
21세기는 IT정보화 시대이자 문화예술이 융성하는 시대다. 문화 인프라의 확충은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이며, 문학관은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예향 정읍의 위상을 되찾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학관 건립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이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정읍을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 과제다.
정읍 문학관 건립은 시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과제다. 정읍의 문학적 자산을 기록하고 미래 세대에 전승하기 위해, 그리고 예향 정읍의 자긍심을 되살리기 위해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 문학관 건립을 통해 정읍은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서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