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규 성균관경전소리보존회 수석부회장, “성독(聲讀), 인간다움 교육 그 자체”

서당문화한마당 정읍 참가자들이 성독하고 있다. 사진=배옥영

‘제21회 대한민국 서당문화 한마당’ 축제가 22일 운현궁 뜰에서 열렸다. 이날 성독 단체팀 16명을 인솔하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백경 김완규(66) 선생을 운현궁에서 만났다. 김완규 선생은 성균관경전소리보존회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성균관유도회총본부 부회장, 성균관인성교육연수원 상임부원장도 맡고 있다.

김완규 선생은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서당을 열어 사라져가는 전통교육인 사서삼경 강의를 하고 있다. 선비정신을 몸소 실천해 이 지역에 문풍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와 함께 정읍지역에서 이미 16차례 전국성독대회를 여는 등 경전소리 성독을 통해 전국에 정읍 위상을 높이고 있다.

김완규 선생과 사라져가는 전통교육인 경전소리보전에 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Q. 전통교육 경전소리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요?

우선 성독 즉, 경전소리란 예로부터 인성교육의 ‘교재로 쓰였던 내용을 소리 내어 읽는다’라는 단순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읽는다’라는 행위에 비중을 둔다면 ‘눈으로 읽는다’ ‘소리없이 읽는다’ 등 읽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하지만, 예로부터 동양권내에서는 모두 아동 때부터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성독을 중시해왔습니다.

성독은 아랫배에 힘을 주어 호흡을 조절하면서 글을 읽어야 합니다. 큰 소리로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정좌를 하고 앉아 기운을 조절하면서 읽기 때문에 소화기와 호흡기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 외 여러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문장을 입에 올림[上口]으로 들을 외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둘째, 문체의 힘을 스스로 느껴 자연스럽게 문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 몸의 기운을 조절할 수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예로부터 선현들의 성독에 관한 정인지(鄭麟趾), 조광조(趙光祖), 윤행임(尹行恁) 등 적지 않은, 재미있고 실화적 내용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전통교육인 사서삼경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요?

15살 때부터 이웃마을에 살고 있는 훈장 선생님을 찾아 본격적인 서당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공부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또 훈장 선생님 앞에서 글을 외우는 성독 또한 다른 친구들보다 빨리 외울 수 있었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중고등학교부터는 정규과정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오히려 이 기억은 지금까지 한 순간도 책을 놓지 않고 공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했습니다.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직장에 비하면 시간적 운용이 용이하다는 점도 공부를 놓지 않을 수 있는 이점이 됐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매주 한 번씩 순창에 있는 ‘훈몽제’에 가서 글을 읽습니다. 또 올해 군산대학교 한문교육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박사과정에도 이미 합격해 내년 3월부터 한문학 박사과정을 하게 됐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복이 많다 여겨집니다.

Q. 정읍 지역사회에 경전소리를 보급하기 위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계시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현대사회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교육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도, 학교도, 부모도 어떤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죠. 우왕좌왕 일관되지 못한 텅 빈 제도만 발표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산실은 가정이요, 다음이 학교요, 나라입니다. 가정에서 올바른 인성교육이 이뤄져서 부모로부터 인간의 가장 중요한 인간다움을 따뜻한 사랑으로 몸에 익혀야 합니다. 이처럼 예를 아는 학생이 교학과정을 거친다면, 당연히 당당하고 반듯한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라 여깁니다.

인간다움 교육의 가장 기초를 익힐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전을 소리 내어 읽는 성독이라 확신합니다. 어려서부터 온 마을과 거리에, 가정에 경전소리가 넘쳐 흐른다면 우리가 사회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Q. 오늘 이곳 서울 운현궁에서 열리는 서당문화한마당 축제에 참가하셨는데, 선생님과 참가자들 모두 특별한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참가자는 어떤 분들로 구성됐는지요?

우리가 오늘 입고 있는 복장은 ‘유복(儒服)’이라고 하는 ‘유생(선비)’의 옷입니다. 복장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을 규제하게 되는데, 유복을 입으면 보시다시피 옷의 폭이 넓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걸음걸이와 앉음 자세 등을 절제할 수 있게 됩니다. 선현들은 이와 같이 어려서부터 몸에 절도를 익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방법을 쓰지 않았나 느껴 참 지혜로운 교육이라 여겨져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평소에 입고 일상생활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경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이곳에 참여한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일반인 모두 평소에 글을 읽고 몸가짐을 바로 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의 축제입니다. 우리 정읍에서도 2개팀이 참가해 ‘시경’을 성독합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결과보다는 이 하나하나가 경험이고 과정이라 여겨져서 매년 이렇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화창한 가을날입니다. 꼭 좋은 성과를 거두시기를 바라며 선생님이 바라시는 정읍 거리마다 가정마다 글 읽는 소리가 넘쳐나서 ‘문풍의 정읍’이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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