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상 묘 맥 끊는 송전탑 절대 안 돼”… 반도체, 전기 있는 새만금으로!

정부가 서해안과 남해의 남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U자형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제주도와 호남에서는 남아도는 전력을 감당 못해 버리는 실정인데, 이를 굳이 수도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끌고 가기 위해 전국에 송전탑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비효율의 극치다. 답은 간단하다. 송전선을 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전기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면 된다.

현실을 보자. 한전의 부채는 이미 205조 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2038년까지 수도권 공단 조성을 위한 전력망 구축에만 113조 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이 천문학적인 돈을 또 빚을 내서 감당할 텐가. 용인에 반도체 공단을 허가해 주니 SK는 투자를 시작했고 삼성도 준비 중이라지만, 전력 공급은 난망하다. 원자력발전소 15개를 지어야 하는데, 님비(NIMBY) 현상과 예산 문제로 10년이 걸려도 완공을 장담할 수 없다. 급한 대로 LNG 발전소를 짓는다지만 용량이 3GW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

기자는 얼마 전 한전에서 주최한 고압송전탑 설치 관련 주민 공청회에 직접 참석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심각했다. 특히 산외면에서는 마을 주민대표 3명이 전원 사표를 냈다는 소식이 들렸다. 산외면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당이 많은 곳인데, 하필 그 근처로 철탑 교차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명당 혈 자리에 철탑을 박겠다고 하니, 조상 묘를 모신 후손들이 결사반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표들이 견디다 못해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기자는 그 자리에서 한전 관계자에게 건의했다. “철탑을 세울 때는 반드시 지관(地官)을 대동해서 조언을 받고 세워달라”고 말이다. 이는 미신이 아니다. 실제로 과거 어느 마을에서 용(龍)의 목에 해당하는 지점에 철탑을 세웠다가 마을 사람들이 줄초상을 치른 일이 있었다. 결국 지관의 말대로 철탑을 옮기니 화가 멈췄다는 사례를 한전 측도 알고 있었다.

과거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조선의 산세를 보고 “삼국 대장이 나올 땅”이라며 혈을 끊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이 쇠말뚝을 박아 민족 정기를 끊으려 했다. 지금 우리가 하려는 일이 그와 무엇이 다른가. 금수강산에 75조 원의 세금을 들여 수만 개의 철탑을 박는다면, 지하에 계신 조상님들이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수도권 정치인들은 “박사급 인재들이 서울에서 출퇴근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지방대에서도 박사는 충분히 길러낼 수 있다. 대만의 TSMC도 공장이 분산되어 있다. 좁은 수도권에 모든 것을 몰아넣는 것은 안보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위험하다. 하남시 변전소 하나 짓는 것도 주민 반대로 못 하는 판국에, 용인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에 발전소는 안 된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전기는 쓰겠다면서 발전소와 송전탑은 싫다는 이기주의, 이것이야말로 ‘용인’될 수 없는 처사다.

유럽은 RE100을 내세워 친환경 전기를 쓰지 않은 제품은 받지 않겠다고 한다. 변산과 새만금에는 당장 활용 가능한 5GW의 친환경 전력이 준비되어 있다. 삼성과 SK가 새만금으로 오면 송전탑을 세울 필요도 없고, 유럽 수출길도 열리며, 국토 균형발전까지 해결된다. 송전탑으로 국토의 혈맥을 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기업이 전기가 있는 풍요로운 땅 새만금으로 향해야 한다.

은종민 기자
은종민 기자
정읍시청 공무원 34년 정년퇴직 , 옥조근정훈장수상, 공무원문예 '동학혁명3걸' 과 '새 정읍사'로 희곡부문 장관상 2회 수상 농촌문학 마사회장상 수상, 전북체전 포스터 정읍시, 남원시 2회채택, 민방위포스터 도지사상 수상, 정읍시립합창단 10년 근속상 수상, 전북문인협회 희곡분과위원장 역임, 현 전북문인협회 이사, 정읍내장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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