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을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간호법은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빠르게 늘어나는 간호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숙련된 간호사를 확보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제정법이다. 간호법 제정 취지만 보면, 시니어들에게 제공되는 보건의료서비스와 매우 밀접한 법이기도 하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돌려보냈다. 의사나 간호조무사 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사회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간호사단체는 그간 암암리에 의사 대신 간호사가 맡던 불법진료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으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간호법, 무엇이 문제인지 쟁점을 정리해 본다.

간호법 주요 내용

간호법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의 자격, 업무 범위, 책무, 처우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법이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떼어낸 독자적인 법이다.

2021년 국민의힘 최연숙·서정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대안이 4월 27일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의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간호법 추진 역사

간호법 제정은 대한간호사협회의 오랜 숙원이다. 대한간호사협회는 1977년 간호법 제정을 처음 시도했다. 1998년 처음으로 연세대연구소에 법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고, 2003년 서명운동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05년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매번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간호사협회가 내걸고 있는 간호법 제정 이유는 간호 영역 확장에 따른 체계화 필요성이다. 간호사협회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한정돼 있어 간호 영역과 현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간호와 관련된 법안만 봐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학교보건법, 농어촌보건의료특별법, 지역보건법, 결핵관리법 등 10개가 넘는다.

간호법 주요 쟁점 내용

대한간호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한 팀처럼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다른 의료 직역단체들도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문제 삼고 있는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간호법에 들어 있는 ‘지역사회’라는 4자다. 두 번째는 간호조무사의 자격 관련 규정이다. 셋째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다.

궁극적으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간호사와 관련한 별도의 법 제정 자체가 다른 의료 직역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호사협회는 간호의 범위에 국한하고 있지, 다른 직역 일자리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첫 번째 쟁점, ‘지역사회’ 간호

간호법 제1조 목적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반대 측에선 목적 조항에서 ‘지역사회’ 4자를 문제 삼는다. 의사, 간호조무사 단체 등이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의료기관 외에 ‘지역사회’에서 간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반대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 원안에는 간호사 업무 범위에 대해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규정이 있었지만, 심의과정에서 모두 삭제된 채로 대안으로 통합됐다.

이를 놓고, 반대 측은 “간호사들이 지역사회에서 의사의 본연 업무인 환자진료를 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환자진료’와 같은 민감한 내용은 삭제됐지만, 일단 법이 제정되면 언제든 수정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문구가 간호사의 개원을 가능케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의료법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쟁점, ‘간호조무사 자격’

두 번째 쟁점은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자격을 고졸로 제한하고 있다는 논란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안의 간호조무사 자격 관련 규정이 불합리하다”며 ‘한국판 카스트법’이라고 비판한다.

간호법은 간호조무사 자격을 ‘특성화고의 간호 관련 학과 졸업한 사람’, ‘고등학교 졸업자로 간호조무사양성소 교육을 이수한 사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고졸’로 제한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간호사협회는 “지난 2012년 한 전문대학에 간호조무과가 생긴 것을 계기로 특성화고교와 학원 측이 반발했고 현행 규정이 유지됐다”면서 “의료법의 관련 규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반박한다.

전문대에 간호학과가 있는 상황에서 간호조무과가 생기면 의료 현장에 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특성화고 관련학과를 나오거나 간호조무사학원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을 뿐 대졸 이상 학력자의 간호조무사 자격을 막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간호사협회는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간호조무사 시험 합격자의 41%는 대졸 이상 학력자였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쟁점, 간호사 업무범위

간호사협회는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의 업무를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병원 등 의료기관 밖의 돌봄 수요가 증가하는데, 현행 의료법으로는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현재 의료법 체계에서는 주민센터 같은 비의료기관에 배치된 간호사들이 혈압 측정 등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합법적으로 가능한 활동은 건강관리, 상담 등으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간호사협회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간호협회가 ‘간호법=부모돌봄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반대 측은 “돌봄 현장에는 요양보호사나 간호사, 의사 등 여러 직역들이 함께 팀을 이뤄 통합적으로 일해야 되는데, 간호사만 독립적으로 돌봄활동을 하겠다는 것은 통합돌봄과 배치된다”고 반박한다.

간호사법 향후 과제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에 대한 우려 및 이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 불안감 초래 ▲간호조무사, 의사 등 유관 직업군과 간호사 간 갈등을 포함한 사회적 갈등의 미해결 등을 꼽았다.

간호법이 국회로 되돌아간 만큼, 대한간호사협회의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간호사협회는 그간 암암리에 간호사가 행했던 불법진료를 전면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이렇게 되면 의사 업무가 대폭 늘어나 진료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간호법 재의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안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재의결 법률안은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없고, 최종 법률로 확정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반이 넘는 168명이다.

출처 : 시니어신문(http://www.seniorsinmun.com)